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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감동 ]/맛집, 한식

[ 제기동 ] 호남식당, 나정순 할매쭈꾸미

by Clarkfebruary 2018. 3. 8.



서울에서 손에 꼽을정도로 좋아하는 호남식당, 나정순 할매쭈꾸미. 용두동 쭈꾸미 골목 초입 큰길가에 위치해 있다. 넷 상에서는 장안동이 본점으로 되어있으나 나정순 할매는 보통 이곳에 계신다. 나도 쭈꾸미, 대하 철에는 가끔 소래포구까지 원정 다닌적도 있고 좋은 기억이 있어서 맛이 좋다는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지인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추천에 못이겨 반 강제로 방문하게 되었으고(아니 쭈꾸미가 뭐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다고 제기동까지 가냐고! 라고 했지만) 그 맛에 반해 주기적으로 3,4년쯤 다닌 집이다.





외관.

제기동점은 본관과 별관이 있을 정도로 단일메뉴로는 상당한 규모. 사진속 본관은 계산과 포장이 이루어지는 곳. 좌식 테이블도 준비 되어있다.





앞서 얘기한 나정순 할매가 보통 머무르시는 계시는 본관. 좌식이다.





이곳이 별관. 넓찍한 홀에 테이블좌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이곳을 선호한다. 술맛나고 본관보다는 옆자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있어서. 영업은 10시까지인데 늦게가면 이곳에서 식사를 할 수 없고 본관 좌식에서 시간에 쫒겨 먹고 가야한다. 그런날은 포장을 해 오는게 더 낫다. (1인분 포장의 양이 상당하다.)





세월의 흔적이 옅보이는 무쇠판. 맛있는 쭈꾸미들이 한바탕 오를 무대가 된다.





메뉴.

쭈꾸미 단일 메뉴지만 이곳 쭈꾸미 골목에서 단연코 최고 맛집이라고 자신한다.





셀프 기본 찬. 당근과 락교.





쭈꾸미 2인분. 빨간 양념이 먹음직 스럽다. 사진으로 보기에 쭈꾸미가 실해보이는데 제철에 방문하면 기분탓인지 확실히 더 실해지긴 한다. 먹는것에 때와 물을 고려하진 않지만 이제는 더러 생각해보는 나이가 되었다. 그러고보니 쭈꾸미철이 언제였더라?





기본찬인 깻잎과 마요네즈에 버무린 천사채.





사진으로 보면 알 수 있듯이 호남식당 나정순 할매쭈꾸미는 야채나 기타 잡것이 섞이지 않는다. 오로지 쭈꾸미와 양념. 가끔 버섯이 발견되긴 하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양은 아니다. 주문하고 판에 올리고 나면 담당 아주머니들께서 이쪽 저쪽으로 손놀림이 바빠진다. 고기는 익은 정도를 분간하기가 어렵지 않으나 해산물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헷갈리게 마련인데 친절하게 도와주신다. 그래도 몇번 가보면 능숙 해진다.








빠질 수 없는 소주한잔. 빨리 먹을 수 있게 익기를 기다리며 타는 속을 달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먹기좋게 익은 쭈꾸미와 또 한잔. 많이 매워보이는 비쥬얼이나 아예 못먹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유쾌한 매운맛 정도. 매운것을 잘 못먹는 사람들도 나정순 할매쭈꾸미는 맛있다고 연신 먹어대는 모습을 보았다. 양념이 인위적이지 않아서일까.





또 매운것을 못먹는 이들을 위해, 더 깊은 맛을 추구하는 이들을 위해 마요네즈가 친히 존재하시니.. 쭈꾸미와 찰떡 궁합을 이루는 참으로 오묘한 경지의 맛을 선사한다. 가게에 준비 되어 있는것은 아니어서 매 방문전 근처 마트에서 구입한다. 접시에 듬뿍 담아놓고 조금씩 찍어먹으면 함께 씹는 순간 행복한 낙원이 된다. 과장이 아니다. 나는 팀장이다. (!!!!!??)





마요네즈 찍은 비쥬얼..





사실 또 하나의 백미는 볶음밥이다. 양념이 맛있는 탓일수도 있으나 참기름과 김의 사용이 적절하다. 나는 방문하면 최고참 이모님께서 볶아주시는 볶음밥이 먹고싶어서 앉기전에 아이컨택을 한다. 저 왔어요 이모, 하고. 그래 왔니? 하시곤 대부분 오셔서 테이블을 담당 해 주신다. 맛과 별개로 또 인간적인 교감이 있으니 더더욱 이 집이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문제는 마요네즈를 사들고 오면 핀잔을 주신다는 것. 그것또한 정겹지만.


나정순 할매가 기력이 쇠하셔서 일선에서 물러나셨을때 후계는 어떻게 되는것인지 맛은 변할것인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여쭈어 보았다. 후계에 대해서는 말 할 수 없지만 맛은 변하지 않을거라 하신다. 반가운 소리이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이셨다.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그들의 삶 자체로 행복하고 이곳에서 먹는 모든 이들이 이 맛에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리워서 찾는 맛은 따듯하고 또 서글프다. 정말 마음이 가는 식당인것 같다. 이렇게 감정이 툭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식사로도 술자리로도 포장으로도 언제든지 찾기 좋은 곳.

호남식당, 나정순 할매쭈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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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주관과 입맛을 가지고 작성되는 글입니다.

사실과 다른 점이나 상식에 어긋나는 점은 언제든지 지적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