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테라스나 노상에서 한잔 하기 좋은 날씨에 꼭 가야하는 곳이 있다. 을지로 인쇄골목에 있는 노가리타운. 만선호프.(사실 어디를 가나 크게 차이없다.) 처음 방문했을때는 약간 더운 여름날 퇴근후 사람이 정말 말도 못하게 많을 때였는데 옥토버페스트가 이런 광경하고 비슷하지 않을까 라고 까지 생각이 들었다.
부쩍 추워졌지만 다시금 선선하고 낮에는 더운날이 반짝 올테니 더이상 바깥에 못앉기 전에 서둘러 가보아야 하는 곳. 이 골목은 이미 노가리 상회들이 다 차지했지만 본래 낮에는 인쇄골목이고 밤에만 깔리는 그런 자리였더랬다.
외관.
말린 노가리도 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깥에 앉아서 술 마실 수 있는 철은 분명히 있다. 처음 와보는 사람들은 연신 두리번거리며 여기가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의아해 한다. 그냥 앉아서 맥주 한잔 하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
주문 할 필요도 없이 자리로 맥주와 노가리 두마리를 가져다 준다. 맥주도 회전이 좋아서 아주 청량하다. 첫번째로 가져다 주는 노가리는 살짝 두었던걸 가져다 주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천원짜리 안주에 많은것을 바라면 안되겠다.
이렇게 먹기좋게 찢어서
특제 소스(정말 맛있다)에 찍어먹으면 다른 안주가 필요없을 정도인데 사실 노가리집들의 맹점이기도 하다. 맛이좋고 가격이 싸니까 싼맛에 사람들 많이 오는건 좋은데 다음 메뉴로는 또 뭘 먹어야 하나 고민된다. 이것만 먹기는 조금 그렇고.
그럴땐 조금 더 포슬포슬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황태로 다른 느낌 비슷한 맛 보면 참 좋다. 황태나 노가리나 어차피 명태로 만드는 것인데 잡아서 말리는 시기에 따라서 철에 따라서 조금 달라지는 듯 하다. 찾아보니 황태는 산란기 명태를 겨울 바닷바람에 40일간, 얼리고 말리는 과정을 20회이상 반복 한 것이라고 하고. 노가리는 명태의 치어로 수분없이 바짝 말린 것이라고 한다. 황태가 조금 더 포슬하고 먹기 편한게 이유가 있다.
자리 냅킨 케이스에 붙어있는 메뉴.
계산을 위해 안쪽으로 들어가면 크게 붙어있는 전체 메뉴.
내부전경. 바깥에서는 왁짜지껄하게. 안에서는 그래도 조금은 차분히 먹을 수 있는 분위기.
원래는 없던 스카이 라운지도 생겼다. 만선이 이렇게 크게 번성 할 수 있는 연유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이유가 있을것이다. 3년전즈음 알고 지내는 형님과 말씀을 나누다가보니 만선호프 창업멤버로 함께 일했었다고 하셔서 충격을 금치 못했는데 이미 지난일은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노가리 2마리 황태 1마리 맥주 총 3잔을 먹고 오늘은 을지로 정취 느껴보고싶어 길건너를 탐방 해보기로. 이 골목을 벗어나는 순간까지 참 기분이 좋다.
이 골목에 진짜 원조인 을지 OB베어. 어딜가나 최초전쟁 원조전쟁이 있지만 사람들은 어디가 원조인지 다 안다. 이곳이 진짜 처음으로 문을 연 집이고 그때의 주인장께서 아직까지 운영하신다. (2년전까지는 그랬다. 지금은 알길이 없다.)
무심하게 지나치는 이 차도와 인도사이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멋진 광경이 펼쳐진다는게 참 재밌다.
자리를 옮겨서 치킨집으로. 충무로에 본점을 두고있는 오랜 역사의 바렌티나 치킨. 요즘같이 맛이 가미된 브랜드 치킨 말고 시장에서 튀겼던 바삭하고 뜨거운 정통치킨 맛보고 싶어 들렸다.
노상에 두자리를 준비 해두셔서 이곳으로 자리하고 일단은 맥주부터 두잔 주시고 기본 후라이드에 양념을 조금 부탁드린다고 말씀 드렸다.
을지로 바렌티나 치킨 메뉴.
생맥주도 아직 3,000원으로 착한 가격. 치킨은 한마리 반 정도 되는 양을 감안했을때 역시 착한 가격이라 할 수 있겠다. 중짜리로 추가도 가능하다.
내부전경.
요즘 을지로가 레트로다 빈티지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세대들도 이런 정취를 좋게 받아들이고 또 그 안으로 들어가서 새로운것을 만들어 내는게 비로소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꼭 우리것이 좋다고 우리것을 고수해야하는건 아니지만 우리것을 기반으로 좋은것이 탄생한다면 그것이 참 좋은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80년도부터 동일했을 곁들임 찬과 소금.
바렌티나 후라이드 치킨.
참 잘 왔다. 딱 내가 원한거였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새로운것들을 접할때 밥을 먹으며 간식을 먹으며 그런생각 해본적이 참 오래되었는데 정취에 취한덕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간만에 치킨다운 치킨 먹는다며 이미 배부른 상태인데도 참 맛있게 잘 먹었다.
튀김옷 정성스럽게 입혀서 오랜 솜씨로 튀겨내는 이 치킨은 노가리와 더불어 지역 명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다리살도 맛있게.. 자주 찾는 곳이 되겠다. 생각날 때 포장이라도.
을지로가 레트로 시티로 빈티지로 간판없는 집들로 일약 떠올랐다고 생각하는이 있겠으나 을지로는 오랜 시간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한채 세월 속에서 그 세월의 색과 잘 동화되도록 무채색을 띄어 온 곳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한국인의 정서 속에 골목이나 비밀스러운 것 좋아하는 DNA가 있을 수도 있고. 뭐가 되었건 이 을지로는 세월속에서 묵묵하게 자리하며 때로는 저 이름모를 가게 창틈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침울한 조명과 소울장르의 음악처럼 뜻밖에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을지로 골목 한번 시간내어 누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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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주관과 입맛을 가지고 작성되는 글 입니다.
사실과 다른 점이나 상식에 어긋나는 점은 언제든지 지적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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